10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제92조의6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어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정리했던 여러 위헌 요소들이 다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예요. 이번 판결이 네 번째 위헌심판인 군형법 추행죄의 경우 합헌 요지가 지난 번과 사실상 달라진 점이 없어 헌재의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간단히 알아볼게요.

5인의 재판관은 다수 의견으로 군형법 추행죄가 위의 쟁점을 고려했을 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어요. 먼저 다수 의견은 추행이란 "정상적인 성적 만족 행위에 대비되는 다양한" 성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강제추행(강간)과는 별개로 동성 간의 성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고 보았어요. 또, 군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동성 간 성행위가 위계에 의해 일어나거나 전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가중처벌 될 이유가 있다고도 보았죠. 마지막으로 남성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남성이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위험(?)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으로 인해 동성 간의 성행위를 차별취급할 합리적 이유도 있다고 했고요.

소수 재판관들의 반대 의견은 군형법 추행죄가 안보를 핑계로 성소수자의 평등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요컨대 "이 조항은 이성애자들의 성적 행위, 즉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이성애에 기반을 둔 성적 행위만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그렇지 않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는 비정상적으로 간주하는 태도가 입법 및 법률해석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거예요.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재판관이 2023년에도 여전히 다수라니 참담한 기분이네요. 

4인의 재판관은 두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전파매개행위죄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어요. 전파 가능한 체액이라는 것이 비교적 분명하게 알려져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HIV에 감염되는 데 따른 개인적, 사회적 피해의 정도를 고려하면 전파매개행위를 형사처벌할 충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거예요. 

반면 나머지 5인 재판관은 의견이 달랐어요. 이들은 전파매개행위죄에 일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보았어요. 먼저 명확성의 원칙에 관해서는 합헌 의견과 비슷하게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죠. 다만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본 거예요. 특히 U=U(미검출=미전파)의 과학적 근거를 인용하면서 HIV에 대한 치료를 잘 진행하고 있는 이들에게까지 동일하게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어요. HIV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시기에 만들어진 기준이 오늘날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 비추어 볼 때 과응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거죠.

동성애를 '비정상적' 성행위로 보고 U=U라는 새로운 과학적 기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이미 변화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판결이 반복된 거죠.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결과이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평등 원칙이나 U=U 원칙을 받아들이고 인용한 것은 인상적이기도 해요. 앞으로 이러한 문제를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어보여요. 헌법재판소의 낡은 판결에 대한 기용 활동가의 기고문도 함께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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