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암스테르담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어요. 7월 25일부터 8월 8일까지 월드 프라이드가 열렸는데,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15일간 100만 명 넘는 사람이 도시를 찾은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다다닫이 짚어볼게요.
월드프라이드가 뭐야?
국제 프라이드 연대체 인터프라이드(InterPride)가 격년으로 개최 도시를 선정하는 국제 행사예요. 2000년 로마에서 시작했고, 직전 개최지는 2025년 워싱턴DC였어요. 개·폐막식과 퍼레이드, 그리고 인권 콘퍼런스가 핵심 프로그램이고요. 각 도시의 기존 프라이드와 함께 치러지는데, 올해는 유로프라이드까지 겹쳐서 15일짜리 대형 프로그램이 됐어요. 🌍
왜 하필 암스테르담이었어?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에게 혼인을 개방한 지 딱 25주년이 되는 해거든요. 암스테르담 프라이드 자체도 1996년 시작해 올해가 30번째였고요. 슬로건은 "UNITY", 연결과 연대였어요. 180개 넘는 국적의 사람들이 사는 도시라는 점도 이 주제와 잘 맞았죠. 🏳️🌈
하이라이트는 뭐였어?
8월 1일 운하 퍼레이드예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물 위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인데, 80척 넘는 장식 보트가 운하를 따라 지나가고 수십만 명이 다리와 부두를 가득 채웠어요. 프린센흐라흐트에는 1만 석 규모 임시 관람석까지 세워졌고요. "인터섹스라서 자랑스럽다"는 피켓, 트럼프와 푸틴을 '키스하는 커플'로 표현한 보트도 등장했답니다. ⛵
공연 라인업도 화려했다던데?
네, 같은 날 밤 마돈나가 월드프라이드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어요. 스튜어트 프라이스, 허니 디죵과 함께였죠. 8월 4일 유니티 콘서트에는 빌리 포터, 베스 디토, 조스 스톤이, 8월 8일 폐막 콘서트에는 올리 알렉산더(이어스 앤 이어스)와 라이온 베이브가 섰어요. 8월 6일에는 사랑 자체를 축하하는 '웨딩 파티 XXL'도 열렸어요. 🎤
총리가 퍼레이드 보트에 탔다는 게 사실이야?
사실이에요. 로브 예턴 총리인데, 2월에 취임한 39세 D66 대표이자 네덜란드 최초의 공개 게이 총리예요. 정장 대신 흰 셔츠와 검은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랐고, 현직 총리가 운하 퍼레이드에 직접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8월 5일 인권 콘퍼런스 개막 연설에서는 "힘겹게 얻은 진전이 침식되고 있다"며 온라인 혐오를 오늘날 성소수자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지목하고 새 대응 조치를 발표했고요. 8월 7일에는 레오 바라드카 전 아일랜드 총리 등 현·전직 성소수자 정부수반들과 트랜스젠더 권리를 논하는 패널에도 앉았어요. 💙
한국에서도 참여한 사람들이 있었어?
네! 친구사이의 RUN/OUT 프로젝트가 월드프라이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했고,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도 함께 참여했어요. 성소수자 정치 생태계를 만드는 프로젝트라, 인권 콘퍼런스가 다룬 정치 리더십·정책 의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는 방문이었죠. 커밍아웃한 총리가 보트에 오르는 풍경을 직접 본 경험이, 앞으로 한국에서 무엇을 상상하게 할지 궁금해져요. 🛫
한 가지, 마음이 무거운 소식도 있었어요
개막일이었던 7월 25일, 베를린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 행사에서 공격이 발생해 희생자가 나왔어요. 그래서 암스테르담은 추가 경비 속에서 행사를 이어갔고, 성소수자 박해 희생자를 기리는 호모모뉴먼트는 베를린 희생자를 위한 임시 추모소가 됐어요. 퍼레이드 행렬은 그 앞을 지나갔습니다. 한국에서도 친구사이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희생자를 추모하는 성명을 냈고요. 🕯️
그럼에도 15일간의 축제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됐고, 8월 8일 폐막 행진에는 수만 명이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었어요. 평등은 한 번 이루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년 다시 걷는 일이라는 걸, 가장 먼저 평등했던 도시가 보여준 셈이죠. 우리도 한국에서 또 행진해봅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