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의 사진은 시드니대학 학생회 퀴어분과 및 퀴어행동(USYD SRC Queer Department and Queer Action Collective)에서 주최한 행진에서 촬영된 사진이에요. 하단은 확인되지 않은 X(구 트위터) 유저가 합성한 조롱성 문구로 퀴어를 죽이는 팔레스타인을 퀴어가 지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뜻을 담고 있어요.

SNS에서 ‘Queers for Palestine’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비난과 조롱을 볼 수 있습니다. (다소 끔찍한 게시글도 있으니 검색시 주의하세요.) 요는, 팔레스타인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데, 퀴어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피해자들을 경시하는 것 아닌가? 라는 주장입니다.

이 말처럼 성소수자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은 정말 문제적인 행동일까요? 퀴어로서 우리는 이러한 이슈에 어떤 입장을 갖거나 연대하는 게 좋을까요? 이러한 고민을 나누기 위해 먼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맥락을 간략히 정리해볼게요.

🇵🇸팔레스타인 지역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에는 이런 배경이 있어요.

1. 유대 디아스포라와 박해: 유대인들은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세계 각국에 살고 있었어요. 유럽 각국은 권력자들의 필요에 의해 반유대주의(anti-semitism)를 조장했고, 이는 뿌리 깊은 박해의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2차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한 홀로코스트와 같은 끔찍한 경험도 있었죠.
   
   
2. 유대 민족국가: 1차대전 중 영국은 아랍인과 유대 시온주의자들에게 이중으로 팔레스타인 땅을 약속했고, 2차대전 종전 후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이스라엘을 세웠어요.
   
   
3. 아랍의 반발과 팔레스타인의 저항: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항했고, 이슬람 국가들도 이스라엘을 공격해 중동전쟁이 발발해요. 1차 중동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이 승리했어요. 하지만 어느 쪽도 성지 예루살렘을 쉽게 포기할 수 없으니 수 차례 전쟁이 계속되었지요.
   
   
4. 오슬로 협정: 1993년 국제사회의 중재로 ‘두 국가 해법’을 도입한 오슬로 협정이 맺어졌어요. 팔레스타인 땅에서 두 나라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어요. 하지만 이후 논의가 지지부진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강경파들의 반발로 갈등이 다시 재개되었어요. 당시 협정을 체결한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는 이스라엘 내 강경파에게 살해되었고, 팔레스타인에서도 협정에 반대하는 강경파 하마스가 성장했거든요.
   
   
5.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지역은 이집트에 인접한 가자 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 강 서안 지구로 나뉘어 있어요. 가자 지구를 실효지배하는 하마스는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하며 무력을 포함한 강경 투쟁노선을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지만, 과거에는 자살폭탄 테러도 빈번히 일어났어요.
   
   
6. 이스라엘의 침입과 인종 청소: 한편 오슬로 협정 당시 팔레스타인을 대표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후신 ‘파타’당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데요.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불법 정착촌을 세우는 등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 영역을 침범해왔어요. 또한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박해해 쫓아내는 등 체계적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요. 이에 작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차별이 폭력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죠.

🇮🇱이스라엘의 ‘핑크워싱’

최근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바로 이러한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퀴어는 왜 등장하냐고요? ‘Queers for Palestine’을 향한 비난은 ‘이슬람’이 성소수자에 적대적이라는 인식을 배경에 두고 있지요.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 수년 간 다양성과 성소수자 인권을 강조하면서 주변 이슬람 국가와 차별화된 ‘진보적인 국가’로 보이고자 노력해왔거든요.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성소수자 인권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정치적 행보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비판이 많아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과 인종 청소 같은 악행을 가리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을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에요.

성소수자 인권을 활용한 ‘핑크워싱’은 한편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고, 다른 한편 이스라엘에서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겪는 여러 불평등을 은폐한 채 이스라엘을 인권친화적인 국가로 보이게끔 하는 전략을 가리켜요. 게다가 유대교 초정통파인 하레디들이 성소수자를 적대하고 공격하는 등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성소수자 혐오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핑크워싱의 모순은 더욱 분명해져요.

중동의 성소수자들을 진정 위협하는 것은

즉, ‘Queer for Palestine’은 기나긴 폭력의 역사와 핑크워싱에 맞서 평등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라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핑크워싱의 핑크워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은폐해요. ‘Queer for Palestine’을 조롱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이 간과하는 것은 팔레스타인(그리고 이스라엘)의 성소수자들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전쟁 그 자체라는 점이에요.

더구나 팔레스타인 내에서 인권과 평화의 기치 아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 모두의) 억압적인 통치에 저항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는 여기서 다시금 지워지고 말죠. 서두의 사진에 언급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퀴어들’은 전쟁에 큰 책임을 가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지지하여 평화를 회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해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성소수자들은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성혼 법제화는 아직이라는 인도 대법원